
힘든 여정이었다. 그간 이 녀석 때문에 미루어 둔 필스너 우르켈이 몇 병이었나. 이 녀석을 마시느니 차라리 종각역에 구태여 기어나가 '산타페 더 테이블'에서 바람을 피우자던 건 또 몇 번이었나. 그 탓에 밖에서 마시는 맥주의 맛에 눈뜨고 필요 이상의 경제적 출혈을 감내해야만 했다.
사실 이 녀석과의 만남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태생부터가 바이스비어, 즉 끈덕지고 텁텁하게 달라붙는 밀맥주라는 점이 미심쩍었다. 더구나 이건 병이 아니라 캔이었다(맥주는 병맥!). 그런데도 500ml짜리를 세 캔이나 집어 든 것은 오직 저 옥토버페스트 기념 전용잔 때문이었는데, 고작 세 캔에 무려 14,800원이나 한다는 단점 따윈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애마냥 저 잔이 갖고 싶었다.
하지만 혀는 정직했다. 전용잔 따위에 휘둘릴 혀가 아니었다. 소위 말 오줌보다 못하다는 국산 맥주를 거쳐 아사히, 산토리, 하이네켄, 칭따오, 크롬바커, 비트부르거, 부드바르, 그리고 마침내 필스너 우르켈로 단련한 혀가 아니던가. 휘둘리는 건 눈으로 족했다. 맛의 바디와 알코올이 따로 노는 저 술은 혀를 위해 존재한다기보다 그저 소주와 같은 이유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양도 많아서 취하긴 잘 취하더만.
아무튼 마지막 한 캔이 냉장고에서 기다리고 있다. 후후...맛도 안 보고 꿀꺽 삼켜 주마. 맥주는 역시 체코산 라거라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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