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엔 Tony Bennett by 통소리

어젯밤부터 기온이 내려가더니 오늘 아침엔 뉴스에서 강원 산간 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단다. 눈 펑펑 맞으며 소식을 전하는 기자가 딱하기도 하지만, 기자정신 없는 요즘 기자, 그렇게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어쨌든 첫눈을 맞는 모습이 나는 그렇게 부럽더라. 겨울은 확실히 추워야 맛이고 눈이 내려야 맛이다.

사실 보름 전부터 겨울을 준비해 왔다. 11월이 되면 설레는 마음에 캐롤을 꺼내 듣기 시작하던 게 언제부턴가 연례행사가 되었는데, 11월 중순부터 크리스마스 즈음까지 한 달여를 캐롤로 달리면 뭔가 설레는 일이 일어날 거라는 솔로 때의 허튼 바람이 종교적(이라 할 수 있을) 믿음으로 굳은 것이다. 형편으로 보자면 이제는 흘려 넘겨도 무방한 행사지만, 설레는 마음만큼은 어쩔 수가 없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은 뒤에도 겨울만 되면 이 행사가 반가울 듯하다.

듣는 음악은 매년 큰 변화가 없다. 새로운 캐롤 앨범을 찾기보다는 추억을 떠올리듯 파일로 가지고 있는 지난 명반 몇 장을 계속 돌려 듣는데, 전부 몇 번을 들어도 지겹지 않은 재즈 음반들이다. 젊으나 늙으나 변함 없는 목소리로 앨범을 다산하고 계신 토니 베넷 할아버지의 <Snowfall>(1968)과 <A Swingin' Christmas>(2008), 언젠가 이런 보컬 모시고 기타 연주를 해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싶은 재즈계의 왕이모 엘라 핏제럴드 할머니의 <Wishes You A Swinging Christmas>(1959), 생존 중인 재즈 보컬의 왕이모 다이앤 리브스의 <Christmas Time Is Here>(2004), 하몬드오르간의 선구자 Jimmy Smith의 <Christmas Cookin'>(1964). 이 앨범들을 음반으로 사야지 사야지 하면서 몇 해를 보냈는데 며칠 전 결국 이 중 두 장의 앨범을 품에 안았다.
전에는 뭣 모르고 듣다가 앨범을 살 때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토니 베넷 할아버지의 저 스윙감 넘치는 반주를 카운트 베이시 빅밴드가 했다는 점이다. 카운트 베이시가 누구던가. 듀크 엘링턴과 쌍벽을 이루며 스윙 시대를 이끈 전설 아니던가. 카운트 베이시는 없지만 그와 연주한 저들도 전설이긴 마찬가지다. 긴장과 이완이 능수능란하게 교차하고, 맺고 끊음이 칼처럼 한 치의 오차가 없으며, 풍성한 브라스가 사람의 가청 주파수를 빈틈없이 메워 버리는 저 기막힌 연주가 누구의 것인지 왜 진작 궁금해하지 않았는지.. 명불허전에 마음은 더욱 흡족해졌지만 말이다.

아무튼 금년에도 이들의 음반을 들으며 설렘을 뇌수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과거엔 앞날의 기대를, 지금은 지난날의 그리움을 북돋우는 이 음반들 때문에, 종교가 없는 나는 올해도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축복을 두 손 모아 바란다.


2008년 앨범이 없어서 68년도 앨범으로. 이 곡 I'll Be Home for Christmas가 2008년도 앨범의 첫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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